[책마을] "어제란 말이 어색해"…현직 조종사의 비행일기

입력 2017-02-23 17:26  

비행의 발견

마크 밴호네커 지음 / 나시윤 옮김 / 북플래닛 / 530쪽│1만6500원



[ 선한결 기자 ] “비행은 사소한 것들의 폭정으로부터 내 마음을 자유롭게 한다.”

프랑스 작가이자 비행사인 생텍쥐페리(1900~1944)가 한 말이다. 수많은 사람에게 하늘은 자유의 공간이다. 많은 이들이 하늘을 나는 비행을 통해 새로운 장소로 향하는 설렘을 느끼고, 잠시 일상과 동떨어진 채 지상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다.

《비행의 발견》은 하늘에서 근무하는 것이 일상인 비행기 조종사가 비행의 내밀한 세계를 들려주는 에세이집이다. 영국항공 선임부기장으로 보잉747기를 조종하는 마크 밴호네커는 첫 비행의 기분부터 각국의 공항 모습, 비행기 조종석에서 일어난 에피소드까지 다양한 경험을 자세히 풀어낸다.

저자는 “언제나 일하러 가는 것을 생각하면 꿈꾸는 것이 연상된다”며 “하늘에 있기 때문에 꾸는 꿈”이라고 말한다. 공중에서 본 세상은 지상과는 여러모로 다르다. 시간이 주는 느낌부터 그렇다.

조종사들은 종종 ‘어제’라는 말을 쓸 때 어색함을 느낀다고 한다. 밤이 지난 뒤 이전 시간을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서다. 비행기 안에선 단지 몇 시간 동쪽으로 고속 비행을 하는 것만으로도 어제와 오늘이 갈린다.

저자는 “고도 순항 상태에 접어들면 상승의 고통이 우아함으로 반전된다”고 했다. 비행기가 거리와 교외, 숲, 강의 형체 위로 우리를 들어올리면 평소 예사롭게 생각했던 것들이 새로워지고 더 아름다워진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비행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시차와 함께 ‘공간차’를 느낀다. 공간차는 자신이 있는 장소가 너무 빠르게 바뀌었을 때 겪는 생경함을 뜻한다. 문화적인 감수성이 아주 다른 도시에서 공간차가 특히 크다. 런던에서 출발한 사람이 10시간 만에 앙골라의 루안다에 도착했을 때가 그렇다.

비행이 일인 조종사들의 직장 이야기도 흥미롭다. 회사원들이 당직 근무일을 바꾸듯 조종사들도 비행 일정을 서로 교환한다. 월요일의 요하네스버그를 동료에게 주고 화요일의 로스앤젤레스를 받는 식이다.

매일 대부분의 시간을 비행기에서 보내기 때문에 비행기에 특별한 애착도 생긴다. 저자는 “예전에 조종했던 에어버스기에 승객으로 탈 때면 한참 전에 연인과 이별했던 식당을 지나치는 듯한 서먹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하늘길 이야기도 풀어놓는다. 비행 경로 지도는 도시명 외에 웨이포인트라는 위치명을 따로 쓴다. 영어 대문자 다섯 글자로 이뤄진 코드로 장소의 특징을 알려준다. 네덜란드 해안가에는 튤립을 뜻하는 TULIP이 있고, 숯불구이 요리가 유명한 미국 캔자스시티 인근에는 바비큐의 약자인 BARBQ가 있다.

저자는 빠른 공간 이동, 고도의 기계학, 높은 곳에서의 자유 등 비행의 다채로운 매력도 자세히 풀어놓는다. 조종석 옆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쉽고 흥미롭게 읽힌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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